잘 산다는 것은.........

소망의언덕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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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여유 있는 삶을 꿈꾸지만 동시에 바쁘기를 희망한다. ‘바쁘다’라는 말이 언제부터 ‘유능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었을까? 바쁘면 가장 먼저 소홀해지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사람을 직접 만나는 일에 소홀해진다.  먹고사는 일이 소홀해진다. 집을 지어 살기보다 똑같은 구조의 아파트를 선택한다. 밥을 지어 먹지 않고 공장에서 제작된 간편식을 사 먹는다. 아침은 걸렀고 점심은 적당히 때운다. 일이 휘몰아치게 바쁜 날이면 간단히 컵라면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야근하는 날이면 선택지는 많지 않다. 치킨, 컵라면 정도다. 

바쁘다는 이유로 먹는 일에 신경 쓸 시간조차 없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한가한 날에는 어떨까요? 여전히 먹는 일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삶은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바쁠 때나 한가할 때나 나를 구성하는 직접적인 일을 소홀히 여긴 결과는 무엇일까요? 급속도로 체중이 줄고 체력은 떨어져서 저녁 8시만 되어도 피곤해지기 일쑤다. 내 사람을 구성하는 기초단위인 먹는 일상을 돌보지 않을 때 삶 전체가 황폐해지는 것이다. 일상적인 일이 바쁘다는 이유에 쫓겨 기본적인 먹는 일에 소홀해지면 삶 전체가 차근차근 무너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먹는 것만큼 직접적으로 나를 구성하는 것은 없다. 내가 햄버거를 먹으면 햄버거는 내가 된다. 먹는 것은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 그 이상이다. 곧 나의 신체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앉을 시간을 갖는다는 것인데, 차분히 앉아 먹는 즐거움을 갖는 것인데, 많은 이들이 시간과 돈에 쫓겨 먹는 일상을 소홀히 하는 삶, 과연 잘살고 있는 것일까?

50대 한국인에게 최고 인기 TV 프로그램은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것이다. 기기에 공통적으로 하는 말 중의 하나는 ‘산속에 홀로 살아가니 너무 행복하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뒷말은 ‘사람이 그립다’는 말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내 삶을 잘 살게 하는 것은 사람들이다. 일하는 현장에서 불합리한 일을 당했을 때도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준 사람들이 있었다. 돌아보면 삶의 중요한 굴곡마다, 사람들은 길모퉁이에 서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성경에 나타난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 너무 바빠서 시간에 쫓겨 다닐 때에도, 시간이 너무 많아서 막막할 때도, 어김없이 나타나 묻고 답하며 서로에게 좋은 스승이 되어 주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였다. 산다는 것은 동반자를 얻는 것이다. 서로 묻고 답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잘사는 것은 곧 행복하다는 말이다. 그 행복감은 몸으로 뭔가를 할 때 최고조에 달한다고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여행이다. 여행에는 걷고 수다를 떨고 맛있는 음식이 있고 놀이가 있기에 그렇다. 일상의 삶이 있기에 그렇다. 만남과 음식과 수다와 의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우리는 때론 제3의 공간이 필요하다. 격식과 서열이 없는 곳, 소박한 곳, 수다가 있는 곳, 음식이 있는 곳, 출입의 자유가 있는 곳 즉 아지트다. 아무리 바쁘게 살아가는 오늘날이이지만 그 아지트를 가진자 잘 사는 사람이다. 행복한 사람이다.  

신앙은 일상의 삶을 지속적으로 살아가는 과정에 이정표가 되어 주는 것이다. 먹고 마시는 것, 서로 교제하는 가운데 작은 행복들을 맛보며 살아가는 삶에서 필요한 것이다. 이 현실(먹고 마시고 수다떨고 이야기가 있는)을 떠난 신앙은 신앙이 아니다. 하여 신앙은 삶의 자리에서 작동하는 삶의 원리이다. 잘 먹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