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마음을 놓아선 안 되지........

소망의언덕지기
202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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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도 더 지난 그 옛날의 봄날, 늦은 밤에 광주역에서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산행 기차를 탔다. 열차 칸에 들어가 보니 나와 같은 처지로 기차를 탄 녀석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서먹함을 뒤로 하고 한자리에 앉아 이야기하다 잠들다를 반복하다 보니 마산에 아침 일찍 도착했다. 난생처음 경상도에서 아침 식사를 했는데, 무지 맛이 없었다. 전라도의 상다리가 휘도록 나오는 반찬, 그 맛에 비하니, 허 참. 몇이서 무리를 지어 진해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무슨 고개를 넘은 것 같은디, 드디어 진해에 도착하니 말로만 듣던 진해 군항제가 끝나는 무렵인데도 휘날리는 벚꽃잎들이 장관을 이룬 모습에 감탄했다. 이곳저곳 들리며 구경하며 점심을 먹고 비장한 각오로 오후 4시 정도에 진해 훈련소 육정문(정예군을 양성하는 문)에 도착했다.

 '아, 이제 곧 입소하려고 합니다. 훈련병들은 줄을 서 주십시오. 가족들은 이제 훈련병들과 작별하시고......', 빨깐 명찰에 빛나는 헬멧, 그리고 손이 베일 정도로 각이 선 군복을 입은 사람이 메가폰으로 연신 줄을 서서 들어갈 준비를 하라고 재촉했다. 그것도 깍듯이 경어를 써 가면서. 드디어 줄을 서서 준비가 되니, '앞으로 갓!' 하는 구령이 떨어지자 엉겁결에 훈병들은 발걸음을 옮겼다. '하나, 둘, 하나둘셋!' 그 교관의 구령에 맞춰서 육정문을 들어섰다. 그리고 조금 뒤, '훈련병 전원 뛰어!' 하는 구령이 울렸다. 뛰어 우측으로 돌아가니 이제 육정문 밖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그 교관이 소리쳤다.

 "야! 이 **들 봐라. 눈깔 돌아가는 거 봐라!"

훈련소 마지막 한 주간은 '지옥 주 훈련기간'으로 거의 잠을 재우지 않고, 무지하게 몰아붙이는 시간이다. 그중에 하나가 완전군장 무장구보가 있다. 그것으로 그 지옥 주는 마무리 된다. 키가 큰 동기들이 가장 앞에 서고 작은 녀석들은 맨 뒤에 서서 뛰게 된다. 육정문을 나서서 잠시 바깥은 구경한다는 설레임이 있었지만, 완전군장으로 12km를 뛴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키 큰 녀석들은 반보 정도로만 뛰어도 그 줄의 끝에서는 가랑이가 찢어져라고 뛰는 상황이 벌어진다. 뒤에는 난리다, '야! 앞에 천천히 뛰어라, 뒤에는 죽는다' ㅎㅎ 이제 반환점을 돌아 한참을 힙겹게 달리다보니 육정문이 저 멀리서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육정문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앞에서 반걸음 정도로 뛰는 선두 그룹에서 낙오자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총을 받아주고, 철모를 받아주고, 심지어 등에 짊어진 무장을 동료가 받아줘도 죽을 맛으로 얼굴이 희노래져서 질질 끌리다시피 뛰는 녀석들이 생겨난다.앞에서 육정문을 바라보며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마음이 풀어지면서 낙오자가 생기는 것이다. 뒤에서는 앞이 보이지 않으니 죽어라고 달릴 뿐이다. 

자대 배치를 받아 군복무한서도 사단 직할부대 대표로 무장구보대회에 3번 출전하게 되었다. 한 달 동안 매일 연습이다. 오전에는 비무장으로, 오후에는 완전군장으로 한 번씩 달린다. 우유도 많이 준다. 대회 출전 일주일 전에는 야간보초근무도 열외다. 쫄병 때는 정신 바짝 차리고 그렇게 잘 달리던 내가 고참이 되어서 연습할 때 두번이나 중간에 낙오하게 되었다. 마음이 풀어진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할 고참이 없기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고전10:12)." 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반드시 넘어진다"고 말하고 싶다. 

이만하면.... 이 정도면.... 하는 순간 마음은 풀어지고 눈은 이상한 쪽으로 향하는 것이다.  

고난이 곧 복임을 절감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