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껍질 벗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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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년 남성들이 TV 리모콘을 뺏기지 않으려고 할 때가 있습니다. 보통 야구, 축구 등 스포츠 중계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바로 <나는 자연인이다>를 볼 때라고 합니다. 자연인은 99.5% 남자, 그리고 보통 50대 이상의 은퇴자로, 산속에 임시 거처를 짓고 살거나 컨테이너 하우스, 심지어 동굴 같은 데 거주하기도 합니다. 산속에서 나는 풀이나 먹거리를 채취하거나 농사를 짓기도 하고, 벌을 치거나, 가축을 기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방송인 윤택이나 이승윤 둘 중 한 명이 방문하면, 그들은 반가이 받아주며 자신의 보금자리를 한 바퀴 투어시켜 주며, 다음에는 반드시 웃통을 벗고 등목을 하고, 저녁으로는 밭이나 산에서 채취한 음식으로 자연식을 만들어 나눠 먹습니다. 나름의 사연을 갖고 산이나 바닷가를 찾은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사람에 치이고, 상처받고, 그 마음을 달래려고 자연으로 돌아간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말미에 많은 자연인들이 하는 말은 ‘세상에서 실패하고 상처받고 병들어 이곳에 와서 살아보니 너무 좋습니다. 사람들에게 부대끼지 않아 너무 행복합니다. 그런데 또 사람들이 그립습니다’라는 것입니다. 세상을 떠났는데, 사람들에게서 떠나 왔는데 사람들이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여행하면서 낙원처럼 향기로운 꽃과 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도로를 달립니다. 형언할 수 없는 자연의 풍광 앞에 그저 입을 다물 수 없는 곳을 만나기도 합니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사진에 그 감동 그 풍경을 담을 수 조차 없지만 연신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그런데 그곳에서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간의 그림자가 그리워집니다. ‘사람 없는 낙원에서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자연을 예찬하는 인간이 있을 때 비로소 자연은 아름답고 더 빛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작품인 인간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소중한 삶입니다. 물론 그 사랑의 대상에 나도 있어야 되겠지요.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작품인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행복이 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것에 진정 행복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별거 아닌 것’이 없고, ‘별일 아닌 것’은 없습니다. 그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행복을 찾는 비범함이 잘 사는 삶이고 기쁨입니다.

우리는 늘 ‘하루에도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이라는 인사를 하는데, 어떻게 좋은 일만 가득하겠습니까? 그렇게 쉽게 우리 인생이 행복해지지 않습니다. 몸이 아프면 나를 보살피고, 마음이 아프면 나를 겸손하게 길들이고 그래서 두 개가 필요합니다. 인생에는 기쁨과 슬픔이 다 필요합니다.

감자껍질을 벗기는 좋은 방법은 감자를 들통에 넣고 막 얽히고 비벼지도록 씻는데, 여럿이 섞이면 섞일수록 감자가 깨끗해집니다. 그러니 인생(신앙생활)은 여럿이 다 함께 하는 것이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멀리 있는 사람과 친하기는 쉽지만 바로 내 옆에서 밥 먹고,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수용하는 마음은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때 ‘나는 감자다’라는 생각을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또한 날마다 기도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