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묘한 구석이 있다.

소망의언덕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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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벌써 전역이야!' , '아이고 우리 아들은 아직도 멀었어!' 이 말은 부모들이 군대에 자녀를 보내고 한 말이다. 앞의 말은 남의 자식을 향한 것이고, 뒷 말은 내 자식을 두고 한 말이다. 이처럼 같은 길이의 시간이지만 입장차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재미있는 일은 왜 그렇게 짧게만 느껴질까. 반면, 지루하고 힘든 일은 끝이 없을 듯 길게만 느껴진다. 사실 시간은 언제나 같다. 시계는 똑같이 흐른다. 달라지는 건 우리가 느끼는 방식이다. 어떤 날은 하루가 한 달처럼 느리게 흘러가고, 시계 바늘은 멈춘 듯 움직이지 않는다.

왜 우리는 시간을 이렇게 다르게 느낄까? 즐거운 시간은 마음이 가볍기 때문일 것이다.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마음은 ‘지금’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는 그 순간을 깊이 음미하기보다는, 휙 지나가버리는 듯한 흐름 속에 몸을 맡긴다. 그래서 여행은 그렇게도 시간이 빨리간다. 반대로, 고통스러운 시간은 마음을 무겁고 예민하게 만든다. 우리는 현재에 갇힌 듯한 느낌을 받으며, 탈출구 없는 순간들을 그저 버텨내야만 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더 많은 일이 일어난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지만, 내면에서는 깊은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는 그 안에서 견디며 기도하고, 질문하며,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한다. 그 고통의 시간은 우리 안을 다듬고 성장시키는 시간이 된다.

고난이라는 것을 통해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시간도, 어쩌면 그래서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요? 우리는 상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림에 지치지만, 하나님은 그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우리를 빚고 계신다. 더 단단하게, 더 깊게, 그리고 더 새롭게 말이다. 그래서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느리게 간다고 해서 모두 나쁜 것도 아니라는 사실. 결국 여행 같은 하루도, 고난 같은 하루도 모두 하나님의 시간 안에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금 이 시간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고난을 통해 빚어진 인생에는 진한 향기가 있다. 하나님과 함께 머문 시간이 길기에 그렇다. 길게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 이야기에는 감동이 있고 울림이 있다. 그러나 재미를 추구한 여행같이 짧게 느껴지는 일에서는 진하게 우러나오는 이야기는 찾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