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길

소망의언덕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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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장관’을 임명했다. 개인의 감정인 외로움을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심각한 외로움을 느끼거나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할 가족이나 친구의 존재는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무연고사망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무연고자의 장례식을 도운 한 자원봉사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때는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사람이었고, 그 사람이 태어났을 때 누군가에게는 큰 기쁨이었을 텐데, 어떤 이유로 단절되고, 이렇게까지 내팽개쳐질 수 있나 하는 생각에 안타까워요. 제가 지금은 모르는 분을 배웅해드리는 일을 하지만, 이게 앞으로 제 일이 될 수도 있잖아요.” 지금 우리는 고독하고 외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나홀로족이 늘어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효율성’을 따지는 지금의 한국 사회는 외로움이라는 전염병을 빠르게 퍼뜨리고 있다. 그리고 외로움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영국에 흔한 프렌차이즈 커피숍 코스타에는 ‘수다석’이라는 것이 있다. 젖먹이 엄마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수다석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수다석에 앉는 손님들끼리는 처음 보는 사이라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러니까 수다석에 앉는다는 것은 ‘누군가와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일종의 사인인 셈이다. 처음 이 아이디어를 낸 알렉산드라 호스킨 씨는 생후 4개월 된 아이를 안고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다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외로움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와 육아의 고단함이나 삶의 힘듦을 나누고 싶은데, 갓난쟁이에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그때 근처 커피숍에 홀로 앉아 있는 노부인과 몸이 불편한 청년이 눈에 들어왔다. 호스킨 씨의 눈에는 그 두 사람도 자기처럼 외로워 보였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저 너무 외로워요”라고. 그렇게 만난 세 사람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대화하여 서로의 외로움을 나눌 수 있었다. 호스킨 씨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수다카페’라는 캠페인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외로움을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 문제로 인식한다. 하지만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고립이나 배제로 인한 사회적 관계망의 파산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충격적인 사건들을 보면 정신병리학적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미래 사회가 갈수록 비관적이고 암울해지는 이유를 경기침체나 불평등에서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고립으로부터 벗어나 더 행복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빈곤은 외로움과 사랑받지 못하는 느낌’이라는 테레사 수녀의 말처럼, 외로움을 무시하면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

 외로움 문제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만나서 함께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최고의 합리성(효율성)을 추구하는 유럽 사회도 ‘만남’을 제일 중요한 실천으로 꼽고 있다. 인격대 인격이 만나 오래도록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식사를 하는 것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주님을 늘 가까이 하듯이 이웃을 가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