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는 힘

소망의언덕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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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해 보겠습니다’라는 말은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나는 그것을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말로 이해된다. 이것은 부정적으로는 ‘나는 괜찮은 신앙인입니다’라는 것으로 자기를 포장하는 모습이다. 긍정적으로는 직설적으로 ‘아니오’라고 말하지 않으면서 자기의 한계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하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사람들에게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들이 있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 되고자 하는 욕심이 있고, 비난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거절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편협한 사고 방식이 있다. 또한, 거절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습관과 남을 돕는 것이 항상 선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 네팔의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고봉(高峰)들을 등반한 등반가들을 생각해 본다. 정상을 몇 걸음 앞에 둔 상황에서 뒤돌아서서 내려와야 할 때가 있다. 물론 올라갈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몇 걸음 때문에 정상 정복 후에 다시 내려올 힘이 부족함을 알기에 그곳에서 멈추고 뒤돌아서는 것이다. 여기에서 강한사람은 목표가 바로 거기에 있더라도 방향을 바꾸는 사람이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앞으로 나갈 길이 옳은지, 그 힘은 있는지를 알아내는 자기를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요구를 들을 때가 많다. 힘들고 어려우니 기도해 주시고 할 수만 있으면 물질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 라는 마음으로 무조건 돕는 게 잘한 것일까, 아니면 때론 나를 보면서 아니오, 라고 하는 것일까? 

우리는 모든 요구에 다 응할 수는 없다. 또 그래서도 안 된다. 주님으로부터 오는 감동이 있을 것이다. 그 감동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이것은 아닌데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해서 좋은 일이 없다. 반대로 강한 감동이 왔음에도 자기의 형편을 핑계 삼아 하지 않는 것도 잘못이다. 중요한 것은 주님의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이다. 그분이 우리의 주인이시기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