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소망의언덕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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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모내기를 했다. 해마다 이맘때에 하는 일이다. 때를 놓치면 안 되는 게 농사다. 그 시기가 지나가면 그해 농사는 망치는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볍씨를 소독하고 싹을 틔우고 모판에 담아 며칠을  키운다. 어느 정도 자라면 못자리에 옮겨 물을 대고 모가 자라기를 기다린다. 그동안 논을 정리하고 논을 갈고, 물을 대고, 다시 갈고 써레질을 하여 논을 고른다. 그리고 2~3일 후에 모내기를 하게 된다. 

그 전 과정에서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작업들이다. 그 과정에서 한 단계라도 소홀히 하면 그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물이기 때문이다. 모내기가 끝나고 부터는 물 대기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시로 논을 오가며 마르지는 않았는지, 물이 적당하게 들어가는지 살펴야 한다. 혹 병충해는 발생하지 않았는지도 신경 써야 한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작물을 키우는 게 그렇다. 

농사는 농부가 얼마나 자주 논과 밭을 둘러보느냐 하는 것으로 판가름이 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논과 밭을 며칠 가지 않으면 날씨가 더워지면서 잡초들이 엄청나게 자라 작물이 힘을 쓰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제서야 풀 뽑는 작업을 하려 하면 얼마나 힘이 드는지 모른다. 잡초가 어렸을 때에는 호미로 살살 긁기만 해도 되지만 키가 커버린 잡초는 괭이로 파도 잘 파지지 않고 일의 능률도 현저하게 낮아진다. 결국 그러다가 농사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농사는 마치 내 영혼의 상태를 살피는 것과 같은 것을 본다. 내 영혼의 상태가 어떠한지 날마다 말씀 앞에 나를 놓고 들여다봐야 한다. 말씀이 나를 이끌고 있는지 아니면 잡초와 같은 세상적이고 이기적인 것들이 나를 이끌고 있지는 않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싹이 난다면 뒤로 미루지 말고 즉시로 그것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것을 붙잡고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것이 나를 붙잡고 끌고 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밤에 마귀가 쭉정이를 뿌리고 갔는지도 살펴야 한다. 이곳저곳에서 들은 여러 가지 정보들을 말씀보다 더 신뢰하고 그것들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것이 내 마음에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말씀을 기준하여 내 마음을 면밀히 살피는 날마다의 작업이 필요하다.

작은 벼농사와 밭농사를 통해서 나를 보며, 하나님을 생각하게 된다. 이 어찌 복된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