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소망의언덕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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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을 돌아 내가 있어야 할 자리로 왔다’는 말을 우리는 종종 듣는다. 


한 사람이 정말 해야 할 일, 해야만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으로 마음을 다시 고정 정했을 때, 아니 했어야만 하는, 진즉 그렇게 해야만 했던 것을 시작할 때 우리는 그 말을 쓴다. 이 말을 기독교 용어로 한다면 ‘사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인생의 전부를 쏟아부어서 해야만 하는 어떤 것이 사명이다. 그것이 보기에 하찮아 보이는 일이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것 한 가지에 생명을 바쳐도 아깝지 않는 일, 그것이 사명이다. 

  저도 최근 그 사명의 자리에 돌아왔다. 10여 년 전 수도원 공사가 한창이던 때, 어느 날 내 마음에 주님이 감동을 주셨다. 수도원에 들어가라, 그리고 네가 해야 하는 일은 기도다, 라는 감동이었다. 이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었다. 빨리 수도원으로 이사하고 싶었다. 청춘의 한 토막 15년을 보낸 시골의 작은 교회를  내려놓고 수도원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현실은 나를 기도의 자리에 서지 못하게 했다. 엄밀히 말하면 바쁘다는 핑계로 그 일을 뒷전으로 밀어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정말 해야 하는 일은 이것이 아니고 기도하는 것인데, 하는 것으로 내 마음은 늘 불편했다. 


  금 년 초에 왼쪽 무릎에 통증이 있었다. 작년 봄에 오른쪽 무릎 반월상연골판 파열로 수술하고 이제 회복이 되면서 한쪽 마음에 이제 슬슬 축구하러 가볼까, 하던 때였다. 병원에 가니 수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이제 때가 되었는가보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기도하는 사람으로 서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후 쑥뜸을 통해 무릎에 통증이 사라지고 어지간한 일은 불편함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일은 또 뒤로 미루어지고 있었다. 그때 어깨 회전근개골 파열이 찾아왔다. 그리고 수술 후 병실에 누워 지난 시간들 돌아보게 되었다.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일, 그 일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이 내 마음을 붙들었다.

  퇴원 후 밤마다 예배당에 엎드린다. 곳곳에 들려오는 소식 들, 눈에 보이는 모습들을 보면서 기도의 자리에 선다. 그리고 서서히 기도 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뒷산 동굴을 찾아 그곳을 정리해서 가끔 밤에 올라가 볼 참이다. 이현필 선생은 무등산 자락 험한 뒷산에 매일 맨발로 다니며 종일 땅에 엎드려 있다보면 까마귀가 송장인 줄 알고 날아와 부리로 찍어보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기도의 자리에서 남은 생애를 불태울 마음을 다져본다. 이 일 또한 주님께서 힘 주셔야만 가능한 일이다. 


기도의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