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주인은?

소망의언덕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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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새봄이 왔다. 봄, 꿈꾸는 계절이다. 새 출발, 새로운 시작, 새로운 희망..... 그러나 현실에 생각처럼 그렇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남겨 놓으신 논과 밭은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기경하고 뭔가를 심고 거두기  위해 일을 시작해야만 했다. 그런데 언제 무엇을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동네 어르신들께 묻고 유튜브를 보고 이것저것 고민하며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것이 내 계획의 범위 안에서 통제되지 않는 현실을 보게 되었다. “그래 오늘은 이일과 저 일을 해야지”하고 계획하지만 하루를 보내고 나서 하루를 돌아보면 내 계획대로 일이 이루어진 날은 거의 없었다. 물론 몇 가지는 끝냈지만 말이다. 그래서 늘 마음에 일이 밀려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작지만 농사일을 해 가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다. 먼저는 나의 한계를 보게 된다. 시간과 능력의 한계다. 자신의 한계를 포용한다는 것은, 올바른 시간관리 기술의 힘을 빌려 남들보다 좀 더 노력하기만 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무한한 요구를 충족시키고, 본인의 야망을 실현할 수 있으며, 모든 역할을 훌륭히 해 낼 수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또한 자신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는 것, 나에게 극심하게 고통스러운 경험은 찾아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에 찬 기대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계획하는 모든 일들은 항상 예상 보다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두 시간 정도 일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 심지어는 3일 만에 끝난 일도 있었다. 작두콩을 심고 유인줄을 설치하는 작업이 그랬다. 유인줄 설치가 생각한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어서 유튜브도 보고 전화도 하고 해서 나름 답을 찾아야만 했던 것이다. 반면 어떤 일은 계획보다 먼저, 마치 번갯불에 콩 볶듯이 이루어지는 일들도 있다. 모내기가 그랬다. 미리 날짜를 잡고 거기에 맞춰 몇 가지 일을 조정했는데 갑자기 일이 앞당겨져 모든 일은 뒤로 미루어지고 모내기를 한 것이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면, 제가 작년 초 겨울에 자전거를 하나 샀다. 고민고민하다가 저렴하지만 쓸만한 것으로 장만을 했다. 그리고 겨울에 4번 라이딩을 했다. 그리고 마음 먹기를 따뜻한 봄이 오면 일주에 한 번 정도 아침일찍 자전거를 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나 무더위가 시작된 오늘까지 한 번도 타지를 못했다. 

  그렇다. 우리가 도달하는 곳은 언제나 예상 밖에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과 결과와 만남.....결국 모든 시간의 통제자는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심을 보게 된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며 범사에 주님을 의지하며 살아갈 인생이다. 

  “사람이 온 계획을 다 세워도 그 계획을 이루시는 분은 여호와이다. 일을 성사시키는 분은 여호와이시니 하려는 모든 일을 여호와께 맡겨라”(잠언16:1,3/현대어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