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의지하는가?

소망의언덕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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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하고 싶어한다. 어떤 일을 하지 못했을 때,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이유를 찾는다. 시간이 없어서, 여건이 안 돼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그렇게 우리는 여러 가지 핑계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그 모든 핑계는 결국 책임을 회피하려는 마음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시대보다도 많은 핑계 속에서 살아간다. 정보는 넘치고, 기회도 넘친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기 위한 변명도 그만큼 다양해졌다. “내 형편이 안 돼서”라는 말은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핑계다. 결국 우리의 삶은 행동으로 증명되며, 그 행동의 이면에는 무엇을 ‘의지’하느냐가 자리 잡고 있다.

신약 성경에 등장하는 베드로의 이야기는 이와 대조적이다. 그는 예루살렘 성전으로 기도하러 가던 중, 평소처럼 길가에 앉은 채 구걸하던 나면서부터 앉은뱅이 된 사람을 만났다. 많은 이들이 지나쳤을 그 사람 앞에서, 베드로는 뜻밖의 선언을 한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

이 장면은 단순한 기적의 기록이 아니다. 오히려 이 말씀 속엔 베드로의 태도, 믿음, 그리고 의지의 방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가진 것이 없었기에 예수의 이름을 꺼냈고, 오히려 그것이 참된 능력의 출발점이 되었다. 만약 그에게 은과 금이 있었다면, 그는 그 재물로 해결하려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부족함이 그로 하여금 하나님을 더 깊이 의지하게 만들었고, 그 의지가 하나님의 능력과 맞닿은 것이다.

우리는 종종 “내게 능력이 없어서, 자격이 부족해서, 재정이 열악해서”라는 이유로 멈춘다. 그러나 그 멈춤은 종종 신앙의 기회이기도 하다. 가진 것이 없다는 사실이, 하나님께 의지할 수 있는 문이 된다. 역설적으로 우리의 결핍은 하나님의 일하심이 시작되는 자리일 수 있다. 세상은 화려한 이력서를 원한다. 스펙, 경력, 능력.... 그러나 하나님의 일은 달리 작동한다. 부족한 사람을 들어 사용하신다. 왜냐하면 그 부족함 속에서만 하나님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드로가 보여준 믿음의 태도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내가 오늘 의지하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믿음으로 행한 작은 선택 하나가, 언제 어떻게 큰 불씨가 될지 모른다. 마치 건조한 초원 위에 떨어진 작은 불씨가 거대한 불길로 번져가는 것처럼, 하나님을 의지한 그 작은 행위가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공동체를 움직이며,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결국, 우리 삶의 의미는 무엇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믿고 누구를 의지했느냐로 결정된다. 하나님을 의지하여 움직인 모든 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 그 어떤 핑계보다 강한 믿음의 선언이 우리 삶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