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께 대하여는
살아 있는 자로 여길지어다” — 로마서 6:11

쉼과 기도가 머무는 소망의언덕

도시의 분주함을 잠시 내려놓고, 하나님 앞에 홀로 서는 시간. 전남 곡성, 섬진강이 흐르는 산자락의 수도원입니다.

이곳은

“참 삶을 살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세워진 곳입니다.”

곡성군 죽곡면이라는 지명처럼 산으로 둘러싸이고, 대황강과 섬진강이 흐르는 천혜의 풍광이 어우러진 자리.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 속에서, 일상의 분주함을 벗어나 느림 가운데 주님과 나 자신을 마주하는 곳입니다.

수도원 이야기 더 보기 →

수도원 칼럼

언덕에서 띄우는 묵상

수도원장이 자연과 일상에서 길어 올린 글. 천천히 읽으며 잠시 쉬어 가시길 바랍니다.

살다보면 살아진다.

소망의언덕지기
2026-08-01
조회수 74

e4a7109c47b31.png

지난 한 주, 그늘 한 점 없는 아파트 옥상에 서 있었다. 머리 위로는 뙤약볕이 쏟아지고, 발 밑에서는 열기가 이글거리는 그곳에서 지붕에 홑 강판을 덮는 작업을 했다. 장비를 챙겨 5층 까지의 계단을 오른다. 그곳에 옥상으로 향한 사다리가 있다. 옥상에 올라선 첫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눈을 가리고, ‘이 더위 속에 과연 이 일을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아득함이 먼저 밀려왔다. 피할 곳 없는 폭염 속에서 인간의 의지나 다짐 같은 것은 그저 무력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고 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땀을 닦아내며 강판 한 장을 이어 붙이고, 피스를 하나씩 박아 나갔다. 그렇게 묵묵히 땀을 흘리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손은 익숙하게 움직이고 일은 조금씩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던 순간도 작업을 이어가는 행위 속에서 자연스레 지나가고 있었다.

 그 뜨거운 지붕 위에서 문득 한 구절의 말이 마음을 스쳤다.


    “살다보면 살아진다.”


우리는 흔히 인생의 거친 풍파나 감당하기 힘든 고단함을 만났을 때, 그것을 악으로, 깡으로 ‘버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거나 대단한 의지를 다져야만 그 시련을 넘어설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옥상 위의 노동이 가르쳐준 진실은 달랐다. 거창한 마음가짐보다 중요한 것은 그저 오늘 나에게 주어진 강판 한 장을 묵묵히 덮어나가는 정직한 행동이었다. 억지로 견디려 애쓰지 않아도, 주어진 순간에 손발을 움직이고 시간을 견뎌내다 보면, 삶은 그 자체의 섭리로 우리를 다음 단계로 데려다준다. 일을 하다 보니 결국 일을 하게 되듯, 살다 보면 결국 살아지게 되는 것이다. 작업을 모두 마치고 지붕을 내려와 마시는 시원한 물 한 잔에는 묵직한 안도감이 담겨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할 곳 없는 삶의 뙤약볕 아래서 숨을 헐떡이고 있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당장 눈앞의 태양이 너무 뜨거워 막막하다면, 너무 멀리 보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지금 발밑의 일에 집중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덧 바람은 불어오고 일도, 우리의 삶도 자연스럽게 완성되어 가고 있을 테니 말이다. 생각하며 고민하기보다는 몸을 움직여볼 일이다. 

평안한 머무름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일정을 확인하고 예약하세요

예약 페이지로